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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슬라가 한국 반도체·배터리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최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과 총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특정 기업에 치중된 부품 공급망을 한국으로 다변화해 수급 안정화를 꾀하는 한편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를 피하려는 전략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국내기업들과 잇따라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43억900만달러(6조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 300만원대출이자 25조6000억원)의 23.2%에 해당한다. 계약기간은 2027년 8월1일부터 2030년 7월31일까지 3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밀유지조약에 따라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규모와 물량을 고려할때 테슬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LFP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인 만큼 이번 별내택지개발지구 수주도 테슬라의 ESS용일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8일 165억달러(22조7647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7.6%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반도체 단일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12월31일까지로 총 8년5개월 간 수준별 의 장기 계약이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상대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삼성과의 거래 소식을 알리면서 대상이 확인됐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신규 팹(반도체 생산시설)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테슬라가 한국 기업에 잇따라 신용카드 발급조건 대규모 거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전략적인 투자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로부터 LFP 배터리를 수입했다. 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의 주력제품이다.



테슬라 /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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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의 대중 관세를 부과하고 제재 수위를 강화하면서 대체 거래선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ESS 배터리에 총 40.9%의 관세가 부과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58.4%까지 관세율을 상향한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당시 직접 "중국이 아닌 미국 내 기업으로 LFP 배터리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한국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한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 등에 배터리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도 상호관세 부과조치를 시행했지만 미국 내 생산 제품은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테슬라 입장에선 관세 사정권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계약도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수급 안정화 조치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이미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 적체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칩 부족을 완화하고 적기 수급을 통한 생산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견제하기 위한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생산하게 될 AI6는 테슬라 전기차의 완전자율주행(FSD)을 위한 고성능 반도체로, 각종 센서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산해 복잡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중국내 전기차 업체들이 최근 자율주행 부문에서 완제품 생산은 물론 부품 수급까지 완전한 중국내 조달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국의 추월을 따돌리고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다는 해석이다.
양사의 협업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와 맺은 파운드리 계약에 대해 "165억달러 수치는 단지 최소액"이라며 "실제 생산량은 몇 배 더 높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