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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엔 자신에게 왔을 발사한다. 열어 되는 주변을[편집자주] 이재명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갚지 않아도 언젠가는 면책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성실히 빚을 갚는 이들만 손해를 본다는 우려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빚을 탕감받기 위해 일부러 버티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다수일까.
현실은 다르다. 빚을 졌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탓하며, 때론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포기해가며 묵묵히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사연을 품은 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들.
그들의 땀과 눈물은 우리 사회의 신뢰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성실함이 존중 받는 사회, ‘면제받는 사람들’이 아닌 ‘갚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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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찾은 서울 성동구 시민단체 '롤링주빌리'(옛 주빌리은행)사무실 2025.7.28/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연체자는 스스로를 죄인이라 여겨요. 경찰이 잡으러 올까, 지나가는 사람이 자동차 할부 금리 손가락질할까 두려워 20년 넘게 숨어 살았죠. 그런데 단 40분 상담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다니…안타까웠습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성동구 시민단체 '롤링주빌리'(옛 주빌리은행) 사무실. 장기 연체자의 자립을 돕는 이곳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유순덕 상임이사는 지난해 찾아온 75세 여성 A 씨를 떠올렸다.
홍보마케팅 A 씨는 25년 전, 법적으로 '사라진 사람'이 됐다. 자신이 운영하던 피아노 교습소를 폐업하면서 다중채무에 상태에 놓였고, 추심을 피해 몇 차례 이사를 다니는 사이 주민등록이 지워졌다.
유 이사는 "과거엔 채권자들이 집에 찾아간 후 사람이 없다고 동사무소에서 말하면 주민등록을 말소시키기도 했다"며 "A 씨도 그렇게 사라졌던 것"이라 설명 파산선고결정 했다.
A 씨는 한 교회에 숨어들어가 소일거리로 생계를 버텼다. 이후 교회의 도움으로 마련한 200만원으로 방 한 칸을 얻어 주민등록을 복구하려 했으나 '빚 독촉'이 재현될까 하는 공포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빚을 갚으며 살고 싶습니다"
사무실에 온 A 씨가 유 이사에게 남긴 부탁은 단 하나였다. 빚 법정유급휴가 을 갚으면서 살고 싶다는 것. 유 이사는 "상담자의 대부분은 빚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가능한 범위 안에서라도 꼭 갚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조회 결과 A 씨의 채무는 신용대출 4건, 원금 약 4000만 원이었다. 유 이사는 신용회복위원회를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원금 80% 감면 및 이자 면제를 이끌어냈고, 월 상환액은 6만 원으로 낮아졌다.
또 주민등록을 복구해 75세가 되도록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기초연금과 주거급여를 신청하며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허탈하더군요" 유 이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25년을 죄인처럼 숨은 노인이 40분 상담으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A 씨는 "빚 갚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북받친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고 한다. "신용 회복이 아니라 인권 회복이 된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

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2025.7.28/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1/NEWS1/20250801065145392ygpr.jpg" data-org-width="1400" dmcf-mid="0omvurFO5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1/NEWS1/20250801065145392ygpr.jpg" width="658">

유순덕 롤링주빌리 상임이사가 서울 성동구의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2025.7.28/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연체 위기' 빠진 2030 청년들
이날 오전, 5평 남짓한 롤링주빌리 사무실에는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이곳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유 이사는 최근 2030 청년들의 상담 요청이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 '대출의 굴레'를 지목했다. 대학 입학 때 학자금 대출, 졸업 후에는 취업이 안 돼 생활비 대출을 받는다. 결혼을 하려 해도 주거 대출이다. 스텝이 한 번만 꼬여도 '연체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코인·주식 투자로 '한탕'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앉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유 이사는 "청년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부터 봐야 한다"며 "사회가 버릴지, 다시 끌어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연체자를 방치했다가 나이가 들면 정부가 세금으로 부양해야 한다"며 "반대로 젊은 연체자들이 빚 갚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면 돕는다면 세금을 내면서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채무조정 제도, 조금만 빨리 알았다면"
유 이사가 가진 또 하나의 바람은 '채무조정 제도'를 더 널리 알리는 일이다. 얼마 전 사무실을 찾은 한 장기 연체자는 "내 이름으로 택배 일을 하고 싶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지금도 택배 근로를 하고 있지만, 소득 신고를 하면 곧바로 '압류'가 들어올까 두려워 타인 명의를 빌려 일해 왔다는 것이다. 유 이사는 즉시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했고, 월 10만 원 상환으로 빚을 조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고개를 떨구고 "왜 이제야 이 제도를 알았을까요. 나이도 많아 곧 택배 일을 못 할 텐데"라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고 한다.
유 이사는 "우리 사회에 채무 조정 제도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한다"며 "연체 위기에 빠지면 신용회복위원회가 떠올라야 하는데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