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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에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발견했을 때, 부질없이 경남 김해에 있는 엄마 산소에 가는 길을 생각했다. 엄마란 말은 일반명사이지만 고유한 대상에 붙는 호칭이기도 하여 그랬을 것이다. 그 길은 늘 개별적이고 구체적일 것이기에 제목 앞에서만 서성여서 될 일이 아닌데, 어쩐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만화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열어만 보고 묵혀뒀다.
그러다 2025년 6월 인터넷서점에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을 다시 발견했다. 웹툰과는 다른 작품이었다. 구정인 작가의 출판만화는 현대저축은행 추가대출 2025년 5월 출간됐고, 한 달 뒤 고먕 작가의 네이버웹툰 데뷔작이 완결됐다. 2025년 한국에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가 두 작품이나 나온 것이 우연으로만 보이지 않아, 당장 책을 주문하고 웹툰부터 읽기 시작했다.(이하 두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로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의 ‘엄마 되기’
웹툰 ‘엄 대부업등록조회 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하 ‘만나러’)은 외계 존재가 지구에 찾아와 공생하게 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에스에프(SF)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야생의 삶을 살다 외계 존재에 의해 구출돼 인간 아이들의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모리가 주인공이다. 가장 친한 친구 로디나가 엄마와 함께 보육원을 떠난 뒤, 모리는 엄마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 전세자금대출서류 만 모리에게 엄마는 구체적 대상이 아니라 모호한 이미지다. 로디나가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와 다시 만나 포옹하고 행복에 젖은 모습을 보며 엄마란 존재를 찾게 된 거지 엄마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다만 온갖 선물을 보내준 후원자가 엄마일 거라 막연히 믿으며, 모리는 여행을 시작한다.
열 살도 채 안 된데다 말도 할 줄 모르는 모리의 여행이 험난 주식회생절차 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외계 존재의 강림 즈음, 인류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자연은 엉망이고 무서운 생명체도 득시글하다. 그럼에도 모리는 무사했는데, 여행 내내 보호자가 돼준 외계인 무법자 라이더 덕분이다. 마침내 만난 후원자 미리아도 로디나의 엄마 같은 인간은 아니지만 모리를 정성껏 보살피고 사랑해준다. 게다가 미리아의 저택 구성원도 모두 모리를 살 천만원 적금 뜰히 아낀다. 도나 해러웨이가 저서 ‘트러블과 함께하기’에서 제안하는 혈통이 아닌 대안가족 오드킨(odd kin·기이한 친척)이 떠오르는 이종의 공동체다. 나는 모리가 이미 엄마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바깥의 시선에서 이종의 공동체는 온전하지 않다. 권능의 존재인 심판자는 “인간 아이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모리를 격리하고 인간 보호 구역으로 보내려 한다. 이에 라이더와 미리아는 모리를 되찾기 위해 인간의 문화를 참고한다. 여기서 ‘엄마’가 재등장한다. 인간들의 ‘정상 가족’을 참고해 찾아낸 보호자의 이상적 모델이 바로 ‘엄마’다. 둘은, 아니 저택의 모두는 엄마를 자임한다. 엄마로 여겨지지 않는 존재들의 엄마 되기, 그것이 ‘만나러’가 추구하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인간 엄마’의 위대함에 질렸어
그런데 이런 구도는 이상적 모성성을 전제로 한다. 미리아와 라이더가 참고한 인간의 엄마에 대한 기록부터가 그랬다. 엄마의 위대함에 기가 질린 라이더가 묻는다. (엄마의 일이라는 게) “한 개체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맞아?” 미리아가 답한다. “‘엄마를 별처럼 봤다’는 기록이 있었어요. 인간에게 엄마란 그런 존재였나봐요.” ‘만나러’의 해답은 사뭇 간단하다. 엄마가 그토록 위대하다면, 미리아와 라이더와 저택의 모두가 엄마를 나누면 된다. 이 상상 속에서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낳아준 존재도 아니고, 여자만이 담당하는 역할도 아니다. 아이를 아끼고 돌보는 모두가 엄마다. 엄마는 공동의 과업이다.



구정인 작가의 출판만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의 한 장면. 문학동네 제공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등이 시행된 세계에서나 가능할 오드킨 엄마들의 활약에, 엄마에 대한 재해석에 무릎을 쳤다. 이런 엄마를 만날 수 있다니 감탄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도착한 출판만화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이하 ‘가는 길’)을 보면서는 별에서 땅으로, 이상적 엄마에서 개별의 엄마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는 길’의 주인공 선영은 갑작스러운 임신과 함께 엄마와 만날 결심을 한다. 선영이 결혼 뒤 7년간 딩크족(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으로 지내온 이유이자, 어린 시절부터 쌓인 감정의 골이 터져 크게 다툰 뒤 2년간은 만나지도 않았던 엄마다. ‘가는 길’은 그런 엄마를 만나러 가는 서울 지하철 속에서 6호선의 18개 역 이름을 챕터 삼아 선영과 엄마가 쌓아온 세월을 반추한다. 하나둘 풀어내는 묵은 기억들 속에서 선영은 엄마에게 사랑받았다는 느낌이 희박하다. 엄마가 어색하고 어려웠으며, 자주 서운했고 또 외로웠다. 그런 감정을 만든 상황들을 떠올리며 선영은 속으로 묻는다. “이런 내가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까?”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육중한 질문이다. 개인적 상황에서 선영의 엄마에게 던져진 질문이건만, 그 배후가 보여 내가 아찔했다. 두 문장 사이, 두 만화 사이의 엄마들을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엄마, 모리의 눈에 행복의 이미지로 남은 로디나의 엄마, 선영이라는 불안한 예비 엄마, 선영의 무정한 엄마, 돌아가신 우리 엄마까지. 엄마에 대한 이상과 엄마로 호명되는 실재하는 여성들 사이의 강요된 불일치. 호기롭게 엄마가 되겠다던 판타지 속 외계종들과 엄마가 되기 두려운 현실 여성들 사이의 아득한 괴리. 그 끝에 다다른 것은 아이가 만들어지지 않는 시대와 “이런 내가 엄마가 되어도 괜찮을까?”가 겹쳐 보일 수밖에 없는 2025년의 한국 사회다. 여성들이 자신을 엄마로 만나기 어려운 사회에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을 제목으로 둔 만화가 둘이나 나온 것은, 역시 우연이 아니다. 그 길을 사회가 함께 고민해달라는 요청이다.
엄마는 돌봄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길을 향한 고민은 선 자리를 검토하며 시작된다. 먼저 내 잘못이 짚인다. ‘엄마는 공동의 과업’이라던 표현은 틀렸다. 엄마를 돌봄으로 환원해버렸기 때문이다. 돌봄은 공동의 과업이 맞으나, 엄마는 돌봄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일하는 엄마, 취미를 즐기는 엄마, 대학에 다니는 엄마, 글 쓰는 엄마, 운동하는 엄마, 공부하는 엄마, 경력 보유 중인 엄마, 게다가 단체 ‘정치하는엄마들’까지 있다. 사회가 이 엄마들에게 ‘돌봄’을 전가한 채로 고민을 시작할 수는 없다. 선영과 라이더와 미리아, 엄마를 만날 길을 고민하며 엄마가 되어가는 이들은 이미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고민의 당사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더 많은 이들과 출발선에 서기 위해서라도 두 만화를 함께 나누고 싶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만화의 칸과 칸 사이, 칸새에서 출발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6주마다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