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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의 주인공이 갖춰야 할 덕목에는 뭐가 있을까?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관객의 눈길을 끌자면 초인적 능력, 꺾이지 않는 의지, 강한 정신과 매력적인 성격은 기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적인 면이 빠지면 소용없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전장을 누볐던 아킬레우스에게도 치명적 약점이 있었듯 영웅을 완성하는 건 신의 초월성이 아니라 인간의 취약성이다.
이스라엘 군대 호신술 ‘크라브마가’가 필요한 이유
영화 ‘발레리나’의 주인공 옥주 중소기업청 교육 (전종서 분)는 탁월한 능력자다. 영화의 메인 카피인 ‘냉혹하고 가혹하게 지옥 끝까지’에 걸맞게 평범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는 복수를 강행한다. 그와 동시에 어떤 면은 매우 인간적이어서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전형 같다. 그는 주변 여성을 민트초콜릿을 좋아하는 민초파와 민트초콜릿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반민초파로 나누고 애주가인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봄 신차대출 베이 사파이어를 두 병이나 산다.
옥주의 연인인 발레리나 민희(박유림 분)도 상징적 인물인데 그는 20대 여성의 그림자다. 우리나라에서 20대 여성은 자살률이 높은 집단이자 성범죄의 타깃이다. 민희는 조직적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옥주에게 복수를 부탁하며 자살한다.
옥주는 복수에 칼을 이용한다. 여성이 주연인 액션영화에 김장김치 서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여성 주인공이 힘으로 남성을 제압하기는 어려우므로 무기를 활용해 현실성과 보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다.
옥주는 첫 등장부터 칼을 든 강도를 제압하는데 얼굴로 날아드는 칼을 통조림으로 정확하게 막아낸다. 이는 주인공의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신고식 같은 장면으로, 방심했던 강도들은 물론 디딤돌대출 인하 관객들도 깜짝 놀란다. 옥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으로 적을 응시한다. 실제라면 후속 동작이 신속하게 이어져야겠지만 이 장면에서는 극적인 효과가 우선이다. 주인공이 통조림을 이용해 칼을 방어하고 맨손으로도 강도를 제압할 수 있는 건 무기 방어, 타격, 낭심 차기, 비틀기 등 다양한 기술이 결된 ‘크라브마가’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 고등학교 급식비 화에서 크라브마가 같은 전방위적인 격투기를 활용해 무기를 능숙하게 막아내는 여성을 보면 현실과의 간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자기방어 수업 때마다 칼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여성들은 칼로 위협당하는 상황을 몹시 두려워하고 어떻게 하면 칼을 방어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옥주와 수업 참가자들 중간쯤에 있는 나는 칼이 두렵지만 그래도 방어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크라브마가 수업을 들으러 갔다.
크라브마가는 이스라엘 군대에서 탄생한 호신술로 효율적인 방어를 중요시한다. 총, 칼 등의 무기가 개입될지도 모르는 실전 싸움을 대비한 무술로 기술 허용 범위가 넓고, 스포츠맨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제약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이 훈련된 요원이나 특수부대 출신의 군인으로 설정된 경우 크라브마가 기술이 자주 등장한다.



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크라브마가’ 무술을 통해 방어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필자 양민영씨(왼쪽). 양민영 제공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자 체념한 옥주
‘세상의 모든 무술과 싸움 방식을 블렌더에 넣고 갈아 만든 격투기’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크라브마가에는 타격, 그라운드 격투, 비틀기, 초크, 무기 방어, 도구와 사물의 활용 등 다방면의 다양한 기술이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타격 비중이 생각 이상으로 높다. 나에게 익숙한 주짓수가 방어 위주 기술과 초근접 상태의 바닥에서 싸우는 그라운드 기술이 주를 이루는 반면, 크라브마가는 그보다 공격적이다. 서 있는 상태에서 거리를 벌리다가 필요할 경우 팜스트라이크(손바닥으로 밀치듯 때리는 동작)와 발차기로 방어를 마무리한다.
크라브마가의 주요 지침은 인체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확장해서 발전시키는 데 있다. 칼을 방어할 때도 칼을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양손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변형한 핸드 디펜스,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을 옮기며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방어하는 보디 디펜스, 그리고 추가적인 공격을 방어하는 카운터 어택, 세 가지가 주를 이룬다.
다시 영화 ‘발레리나’로 돌아가면 첫 시퀀스 이후에도 인상적인 대목마다 칼이 등장한다. 악당인 최프로(김지훈 분)를 유인해 공격할 때와 적의 본거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액션 장면에서 옥주는 칼을 이용해 싸움을 이어간다.
그런데 영화적인 연출에 공들일수록 현실의 나이프 디펜스와는 멀어지고 영화는 딜레마에 빠진다. ‘발레리나’는 2030 여성 관객을 타깃으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표방한다. 그러자면 슬로모션, 조명, 사운드를 활용한 연출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 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대규모 액션 장면이다. 여기서 옥주는 전투를 위해 총을 준비하지만 원거리에서도 적을 살해할 수 있는 총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 너무 쉽게 총을 버리고 맨손 격투를 선택하거나 칼을 든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인 채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싸우는 장면이 종종 보인다.
다만 ‘발레리나’는 연출과 현실의 간극이 커져 균형을 잃을 때마다 주인공의 캐릭터로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다. 특히 20대 여성인 옥주와 남성들의 불통을 절묘하게 표현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옥주는 남성들과 사소한 대화조차 이어가지 못한다. 옥주가 악당들에게 “여자애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여기는 그냥 지나가겠다”고 했을 때 남성들은 그의 말을 무시한다.
적들의 무시와 어설픈 회유에 옥주는 분노하고 총으로 응징하며 주도권을 되찾는다.
“이제 좀 말해줄 수 있겠어?” 옥주는 거듭 묻지만 돌아오는 건 조롱과 욕설뿐이다. 끝내 어떤 남성과도 대화하지 못한 옥주는 욕설로 응수한 남성의 입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그래, 알겠어. 말하지 마”라는 대사로 포기와 체념을 토해낸다.



액션영화 ‘발레리나’에서 주인공 옥주는 ‘크라브마가’를 활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넷플릭스 갈무리


‘자유로운 물고기’ 되지 못한 발레리나 민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연출은 결말에서도 나타난다. 옥주는 민희와 자주 가던 해변에서 관객의 판타지가 녹아든 방식으로 복수를 마무리한다.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다시 태어나면 물고기가 되고 싶다는 민희는 다음 생에서나 만날 수 있는 비현실이 됐다. 둘의 비극이 일면 현실적이라는 점이 결말의 여운을 곱씹게 한다.
양민영 주짓테라·‘운동하는 여자’ 저자
*액션 읽는 여자: 여성 주연 영화를 보며 여성의 시선으로 ‘싸우는 몸’을 발견하는 시간. 여성의 몸을 향한 협소한 시선을 확장하는 칼럼. 4주마다 연재.
자기방어 기술 : 휴대전화를 내려쳐!
여성 호신술에서 크라브마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크라브마가 엑스퍼트 레벨 1(최고 숙련자 단계) 수료, 크라브마가 수련 12년차인 케이엠지(KMG) 크라브마가 글로벌의 이택진 관장에게 물었다.
크라브마가 기술 가운데 여성 호신술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낭심 차기다.(크라브마가를 훈련할 때 낭심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는 체격과 힘에서 우위인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으로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기술에 능숙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저항하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초근접 상황에서 물어뜯기, 눈 찌르기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또 한두 차례 공격당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가까이 있는 생활용품이나 소지품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항상 손에 들려 있는 크고 무거운 휴대전화도 상대의 머리를 내려치거나 턱을 올려 칠 때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